"미국 명문대 입시가 한국 대학 입시를 따라오고 있다."
이렇게 말하면 웬 뜬금없는 소리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최근 AI 시대를 맞아 급변하고 있는 미국 대학 입시의 방향성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 주장이 단순한 억측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발단은 어제 읽은 한 인터넷 기사(5월 11일 자, '더밀크')에서 시작됐다.
기사의 핵심은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인해 미국 입시판이 근본적으로 뒤집히고 있다는 것이었다.
코로나 팬데믹 시절, 미국의 초일류 대학들은 불가피하게 'Test-Optional(시험 선택화)' 정책을 취했다. SAT나 ACT 점수 제출을 자율에 맡기면서, 자연스럽게 '에세이'가 합격을 가르는 절대적인 기준이 되었다. '좋은 글을 써낸 학생은 곧 훌륭한 능력의 소유자'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챗GPT를 위시한 AI의 출현은 이 굳건한 전제를 완전히 산산조각 냈다. 과거에는 막대한 사교육비를 들여 에세이 첨삭을 받았다면, 이제는 AI의 터치 몇 번으로 누구나 그럴싸하고 매끄러운 글을 뽑아낼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완벽한 결과물'이 더 이상 그 학생의 진짜 실력을 증명하지 못하게 되자, 미국 대학들은 평가 방식을 전면적으로 수정하기 시작했다.
변화의 중심축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표준화된 시험(SAT/ACT)의 부활이다. 하버드, 예일, 브라운, 다트머스, MIT 등 내로라하는 최고 명문대들이 연이어 '시험 선택' 정책을 폐지하고 SAT 점수 제출을 다시 의무화했다. 고등학교마다 성적 부풀리기(GPA Inflation)가 심해진 데다 AI까지 등장하면서, 학생의 진짜 학업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통제된 환경에서의 지표'가 다시 절실해진 것이다.
둘째, '완벽한 결과물'에서 '사고의 과정'으로 평가 중심이 이동했다. 이 부분이 가장 뼈아픈 변화다. 누구나 훌륭한 에세이를 제출할 수 있게 되면서, 대학들은 집에서 오랜 시간 다듬어 온 글의 겉모습보다 그 글을 쓰기까지의 '과정(Process)'을 현미경처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심도 있는 철학적 사유를 요구하는 글로벌 에세이 대회(존 로크, 앤섬 등)를 준비할 때도 이제는 최종본 제출을 넘어, 어떤 텍스트를 탐구하고 스스로 어떤 질문을 던졌는지 그 사유의 궤적을 증명해야만 한다.
셋째, '논술(글쓰기)'과 '구술(말하기)'의 필연적인 결합이다. 대학들은 제출된 텍스트 뒤에 숨은 학생의 진짜 논리력을 확인하기 위해 인터뷰에서 '짧은 즉석 글쓰기'와 '압박 상황에서의 구두 발표(소크라테스식 문답)'를 대폭 강화했다. 튼튼한 인문학적 기반 위에서 깊이 있게 사고하고, 그것을 즉석에서 자신의 언어로 막힘없이 방어해 내는 '논구술 역량'이 최상위권 입시의 절대적 기준이 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기술 발전에 밀려 에세이의 가치가 하락했다'고 오해해선 안 된다.
오히려 AI가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인간 고유의 비판적 사고'와 '현장 소통 능력'이 앞으로의 핵심 경쟁력임을 정확히 시사하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세 가지 변화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하다는 점이다. 통제된 환경에서 치르는 SAT 부활은 우리의 '수능'과 무엇이 다른가? 결과물보다 사고의 과정을 평가하겠다는 것은 그동안 수시 전형에서 강화해 온 '학생부 종합 전형(학종)'의 철학과 맞닿아 있다. 또한 즉석 글쓰기와 압박 구두 면접의 결합은 최상위권 대학 입시의 당락을 좌우하는 우리의 '제시문 기반 심층 논구술' 전형과 완벽하게 일치한다.
세계 최고를 자부하던 미국 대학 입시가 역설적으로 한국의 대입 모델로 수렴하고 있는 셈이다.
이쯤 되면 'K-입시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않을까?
결국 관건은 하나다. AI 시대를 맞아 학생의 '진짜 실력'을 어떻게 벼려내고 검증해 낼 것인가.
나 역시 에세이를 바라보는 기준이 달라진다는 점에서
이런 부분에 유의해야 할 것을 사전에 공지한 글이 하나 있다.
다음 글에서는 이 거대한 변화의 파도 속에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에 대해 조금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어 보려 한다.
#미국대학입시 #SAT부활 #K입시 #생성형AI입시
#논구술 #심층면접 #제시문기반면접 #비판적사고 #학생부종합전형
#벼리아카데미 #벼리아카데미논구술센터 #존로크에세이 #앤섬에세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