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동안 KPO(한국철학올림피아드대회)와 IPO(국제철학올림피아드대회)를 지도하면서 학부모들에게 종종 받는 질문이다. "그게 우리 애, 대학가는데 어떤 도움이 되나요? "
이런 질문을 받는 기분은 난감하다 못해 암울하다. 아이들과 같이 공부를 할 뿐, 솔직히 그것이 실제로 대학입시에서 어떻게 반영되는지는 나 역시 알 수 없어서다. 그럼에도 어느 어머니 표현대로 '압구정이나 대치동 어떤 유명학원보다도 놀라운 입시 실적'을 낸 작은 학원이 우리학원이란다. 나 역시 이곳에서 함께 공부한 학생들이 최고 명문대학을 합격한 것은 결코 우연은 아니었다고 본다. 그 학생들은 어쨌던 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최고의 글쓰기 대회에 도전했고, 대회 입상으로 뛰어난 학생임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함께 공부했던 학생들 중에 IPO에 입상하고 난 뒤에 주요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의 자료를 정리해 본 적이 있다. 따로 정리할 만큼 IPO 국내 입상자들을 많이 배출했냐고? 그렇지는 않다. 원래 철학대회라는 것이 많은 사람들이 쉽게 도전 하는 대회가 아니어서다. 나 역시 기껏해야 일년에 5명정도 지도를 했었을 뿐이다.어떤 때는 달랑 한명만 가르쳤던 적도 있다.
처음 IPO를 지도한 것은 2013년엔가 있었던 21회 대회였다. 나의 IPO 첫번째 학생은 청심국제고 윤미*였다. 집이 김포여서 수업을 들으려 주말에 한번씩 김포대교를 건너 수업을 들으러 오곤 하였다.
그때까지 나에게도 IPO는 생소했다. 그전에는 민사고를 진학하는데 철학적 배경?이 필요하다는 막연한 소문에 중등 어머니들이 나에게 중등철학올림피아드를 지도해줄 것을 부탁했었다. 나와 함께 철학을 공부하고, 용인이나 청심, 민사고를 진학한 학생들은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도 자연스럽게 KPO( 한국철학올림피아드)에 출전하고 싶어했다.
영어로 글을 작성해야하는 IPO대회에 별 준비가 안된 선생으로 학생 윤미*를 지도해야했지만 학생이 뛰어나서인지 동상입상으로 체면치레는 해주었다. 그리고 난 다음해 2014년 22회 대회에서도 일산에서 외대부고 국제반에 진학한 정진*란 학생이 찾아왔다. 영어쪽의 스펙이 필요했던 학생에게, IPO는 인문계열 학생들에게 최고의 영문 에세이 대회였다. 정진*도 바로 동상을 받아왔다. 같이 철학을 공부 하면서 '철학이 무엇인지'를 알 수있었다고 고마워했었던 기억이 난다.
이 두 학생 중 윤미*는 동경대 철학과를 장학금을 받고 진학하였다. 윤미*는 철학을 하기 위해서 태어난 학생처럼 ,중등부/ 고등부 KPO대회에서 금상/ 은상을 받았기에 일찌감치 철학으로 진로를 잡았을 것이다. 외대부고 정진*는 국제반이었지만 방향을 바꿔서 국내대학으로 진학을 하였다. 서울대 철학과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합격한 것으로 안다.
대회마다 단 한명 씩 지도했지만 둘 다 입상했었다는 점에서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일산에서 IPO를 가르친것은 23회 대회가 마지막이었다. 24회인 2015년 대회는 서울에서 처음으로 국제학교 학생들을 중심으로 지도했다. 선배 윤미*를 알고 있던 청심국제고 김의*어머니의 요청으로 강남에서 수업할때, 마침 수업 문의가 온 채드윅 김도*을 함께 지도했다.
KPO와 IPO를 가리지 않고 함께 묶어서 지도했었지만 이 두 학생이 둘 다 IPO에서 은상을 받았다. 아직 한 번 더 시험 볼 기회가 남아서 이 두 학생과 용인외고 박세*과 NLCS 태희* 이4명을 묶어서 25회차 2016년 대회를 준비하였다. 2015년과 2016년 1월 이 두 대회에서 입상하였던 학생들이 내가 가르쳤었던 학생들 중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두어주었다.
24회 은상을 받았던 채드윅의 김도*학생이 하바드와 예일을 합격하였다. 24회 대회에서 은상, 25회 대회에서 금상을 받고 한국대표로 그해 5월 벨기에 겐트에서 있었던 세계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던 김의*학생이 예일, 프린스턴, 컬럼비아 등 의 대학을 합격하였다. 또 25회 대회에서 금상을 받았던 외대부고 박세*양이 옥스포드 PPE와 U Penn을 합격하였다. 이 대회에서 은상을 받았던 NLCS 태희*양도 옥스포드 PPE에 진학하여 최고의 입시실적을 거두었다.
2017년, 2018년, 2019년 매해 빼놓지 않고 2명에서 3명의 수상자가 나왔었다. 2019년 입상자는 아직도 고등학교 재학중이고 2018년 입상자 중 장려상을 받았던 채드윅의 임서*양이 코넬 대학을 합격하였다는소식을 며칠전에서야 그 학교의 후배들을 통해서 듣게 되었다. 채드윅에서 7명이 코넬을 썼지만 합격통지서를 받은 학생은 임서*이 밖에 없다는 이야기였다. 학생들에게 어느 대학을 합격했는지 세세히 확인해보긴 힘들다. 우연히 후배들을 통해 듣는 게 전부라 더 훌륭한 실적을 낸 학생들이 더 있으리라 생각한다.
2019년 대회에서 금상을 받고 로마대회에 나갔었던 천안 북일 국제반 김민*군이 컬럼비아 대학에 진학을 하였다는소식을 그 다음해 IPO 준비차 왔었던 북일고 학생이 전해주었다. 생물학이나 화학을 공부하던 학생이라 자연계열로 진학을 한것으로 알고 있다. 이 대회에서 은상을 받았던 채드윅의 이지*양은 듀크에서 경제학을 공부할 것이라고 연락을 주었다. 2021년 대회에서 금상을 받고 한국대표가 되었던 민사고 최서*양은 컬럼비아 대학을 합격했다고 연락을 주었다. 글을 쓰고 싶어했었기에 문학을 전공하겠다고 한다.
IPO와 대학입시와의 관계가 설명되었는지 모르겠다. 나의 철학 수업을 들었기 때문에 학생들이 그 대학에 입학했다고는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 학생들이 내 철학수업을 지겨워하지 않고 길게는 2년씩 들어준 것을 보면, 그들은 분명 학문에 대한 호기심이 열정이 있는 학생들이었고 그것만으로도 명문학교에 진학할 충분한 자질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학생들과의 철학수업은 늘 행복하고 보람있는 시간이었다. 그 학생들 모두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
